내 마음도 쉴 곳이 필요해요
유은정 원장(서초좋은의원)
리뷰
읽은 이유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내 마음도 쉴 곳이 필요해요라는 책을 보고 문득 정신의학과 의사가 기독교적 치료를 한다면 어떻게 할까? 가 궁금해서 사게 되었다. 다른 나라의 문화는 모르겠으나 한국 교회 풍토에서는 정신과에 간다는 것을 좋지 않게 보는 것은 확실한것 같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기도하면 되지 성경 읽으면 되지 등으로 조언하지만 더 힘들게하는 풍토라고 확신한다. 기독교적 정신의학 치료는 어떠한 특징이 있고 어떤 것을 느끼셨는지 궁금해서 읽어보았다.
느낌표 ! (인상 깊은 문장 | 문맥)
예민함
예민하다고 자책하며 자신을 괴롭히지 말자. 예민함은 타인의 심리를 읽는 능력이 될 수 있다. P.25
개인적으로는 예민함을 상처라고 본다. 상처를 건드리면 유독 아프고 반응하는 것처럼 예민함 또한 자신의 상처 부위가 만져졌을 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마음의 상처는 있지만 이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선택할 수 있는 몫인 것이다. 그냥 아프면 타인에게 화를 내고 자신을 이해해주기를 바랄지 자신의 상처가 낫도록 노력을 할 것인지 말이다. 예민함이 있다는 것은 상처가 있다는 뜻이고 상처가 있다는 것은 공감의 폭이 넓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막연한 생각으로는 고통과 아픔을 느끼지 않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곤 하지만 통감이 없다면 다 어느순간 픽하고 쓰러질 것이다. 이처럼 감각이 없다고해서 몸이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예민함도 때로는 없었으면 좋겠지만 예민함을 통해 공감의 폭이 넓어져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극복하면 좋겠다.
자존감
자존감은 일반적으로 ‘자신에 대한 긍정적 신념’을 만한다. 자신을 긍정한다는 건 뭘까? 바로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좋은 점만 선택하는게 아니라 장점은 장점대로, 단점은 단점대로 고유한 특성을 인정하는 태도이다.
P.50
자존감이 쎄다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이해하기로는 누가 나를 깎아내릴려해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물론 이러한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위 문장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운 느낌이다. 장점은 장점대로, 단점은 단점대로 라는 것이 매우 와닿았다. 이게 자존감이구나 싶었다. 단점을 애써 외면하고 자책하기도 하지만 이 단점을 나의 모습으로 받아드렸을 때 더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모든 면이 완벽할 수 없는 것을 알지만 비교하며 부족한 점을 자책하기도 하는 나의 모습을 투영해볼 수 있었다. 나의 생각 습관이 바뀌는 것도 오래걸리겠지만 장점은 장점대로, 단점은 단점대로를 되뇌어 보겠다.
나는 이 부분을 수년간 연구하면서 자존감의 핵심은 높고 낮음이 아니라 ‘안정성’임을 알게 되었다.
P.52
자존감을 쎈지 약한지로 평가했는데 이러한 관점이 아니라 안정성이라는 것이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왔다. 자존감이 쎈데 엄청나게 흔들리면 쎄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쎄다는 것이 안정성을 의미했던 것일 수도 있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적절한 예인지는 모르겠으나 ‘나 엄청난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기 보다 ‘나는 누가 뭐라고해도 괜찮아’ 라고 차분한 것이 자존감이 쎈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못과 벌 인과 관계
진료실을 찾은 크리스천의 공통 질문이 있었다. 그중 가장 많은 건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하나님이 이런 벌을 내리실까요” 였다. 여기에는 자기가 무언가를 잘하면 사랑받고, 못하면 벌을 받는다는 인과 관계가 깔려있다.
P.165
누구나 잘못하면 벌을 받고 잘하면 포상을 받을 것을 생각한다. 발췌한 본문 밑에 욥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언급된 욥의 이야기보다 욥 이야기의 차별점이 더 와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욥기 저작 당시 인근 나라의 문헌 중에서 거의 유일한 점은 신에게 따지는 것이라고 한다. 신이 고난을 허락하는 이야기 등은 있지만 사람이 신에게 따지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는 것이다. 욥 9, 10장을 보면 하나님과 법정 다툼을 하자는 듯한 이야기가 나온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안 좋은 상황이 벌어지면 잘못을 찾기보다 하나님께 나아가 따지는 특권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물론 자신의 잘못을 점검해보는 것도 매우 좋지만 이 단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이유 없이 힘들 수 있다는 기억하며 버티고 극복하면 좋겠다.
분리 불안
“하나님은 항상 그곳에 계세요. 분리불안을 겪는 우리가 그분이 어디 계시냐고 할 뿐입니다.”
P.166
사실 종교 생활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눈으로 볼 수 없고 귀로 들을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신을 증명할 수 없지만 신앙인의 입장에서 좋아하는 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방에 들어갔다면 아이에게는 엄마의 부재로 느껴지지만 엄마가 없는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이다. 이것이 믿음의 영역이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눈 앞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당연하지만 우리가 함께하심을 고백하는 것처럼 부재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기억하고 살면 좋겠다.
크리스천과 우울증
크리스천은 삶의 기준이 높기에 잘못을 했을 때 그만큼 자책감도 크다.
P.171
이 글 서두에 한국 교회 풍토에는 ‘무슨 크리스천이 정신과 상담을 받아’ 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다. 이유는 삶의 기준이 높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인은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예수님을 닮기 위해서 발버둥을 친다. 그 가운데 스스로를 필요 이상으로 자책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이를 공동체가 도와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몸이 좋지 않으면 근처 병원을 가듯 마음이 힘들면 정신의학과를 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또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들이 참 많다. 건강, 학업, 직장 등 많은 문제가 있는데 이를 듣고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한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때 당연히 마음이 유쾌하거나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이 하나님께 감동이 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적절히 자신의 아픔을 털어내지 못할 때 마음에 병이 들기도한다. 하나님의 위로하심을 구하는 것 너무 당연하지만 기독교인은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존재임을 고백하는 것처럼 주변에 있는 사람이 하나님을 보게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통해서 위로를 받는 것 또한 하나님께 위로를 받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골방에서만 위로를 받기를 원하는 것도 적절한 방법은 아니라고 조심스레 생각한다. 사람이 지인일수도 있고 상담 전문가일 수 있다. 기독교인임으로 정신의학과 상담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감정 알기
독일의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가 말했다. “새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내 머리에 둥지 트는 것을 막을 수는 있다. “
…
‘아, 이런 생각이 또 떠오르는구나’ 하고 그냥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생각이 정말 바람같이 지나간다. 하지만 놓지 않고 자꾸 붙잡으면 이내 주관적인 해석이 따라오면서 둥지를 틀게 된다. P.194
정말 생각을 떠오르는 것은 막을 수 없는 것 같다. 직장 상사로부터의 꾸중을 듣고 나면 계속 머리에서 그 장면이 떠오른다. 이 생각 자체를 떠오르지 않게 할 수는 없어 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런 소리를 들었는데 나는 어떻게 앞으로 대처할까. 어떻게 다음에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 등으로 생각을 정리하니 한결 편해졌다. 분명 해당 기억은 좋지않지만 그럼에도 이 기억이 나에게 큰 영향을 주게 할 수는 없다. 사실 한 발 멀리서 보면 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큰 문제를 못 만나 본거 같기도 하다..) 생각 자체를 떠오르지 않게 하기보다 이성적으로 어떠한 감정이였는지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해보면 충격 완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자기 상실
현대사회의 ‘사랑 상실’의 근본 원인은 ‘자기 상실’이라고 한다.
P.219
사랑을 한다는 것은 일단 자신을 사랑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경험의 지배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사고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픔을 겪어봐야 남의 아픔을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성경의 퍽 중요한 가르침 중에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가 있다. 이 가르침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내 몸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사랑해야한다. 이처럼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남을 사랑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현대 사회는 자신을 너무 무관심하게 두는 것 같다. 정보가 너무 많아지니 비교의 대상도 많아지고 비교하며 자신의 존재를 낮추는 것 같다. 충분히 멋있는 사람이지만 자신이 바라보는 거울의 비춰진 모습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더 높고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야지’하는 생각도 좋지만 그 이전에 자신이 충분히 멋있는 사람임을 기억한다면 삶을 더 만족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론
「내 마음도 쉴 곳이 필요해요」 는 정신의학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기독교적 색이 많이 묻어있다. 그렇기에 기독교인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기존의 마음 한켠에는 상담을 할 때 너무 하나님 이야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과 상담이 병행된다면 회복은 물론 기존보다 더 힘있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하나님이 주시는 사랑을 경험할 때 자연스레 마음이 위로 받고 힘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적절한 안배가 중요하곘다. 기독교인이라면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나도 잘 챙겨야 남을 잘 챙길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위로가 되고 도전이 되어 유은정 원장님께 감사드린다.